2021년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생존 게임이라는 극적인 설정과 치밀한 전개도 인상적이었지만, 한국인이라면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건 바로 익숙한 전통놀이들이 게임으로 등장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골목에서 친구들과 뛰놀며 했던 놀이들이, 생명을 건 경쟁의 룰이 되었을 때의 충격과 반전. 그런데 이 놀이들, 그냥 재미로만 했던 게 아니에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공동체 문화가 담겨 있는 전통놀이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놀이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그 유래와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요 속의 움직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드라마의 첫 번째 게임이자, 전 세계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었죠. 한 명이 술래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다른 참가자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노래가 끝난 후 술래가 뒤돌아봤을 때 움직이면 탈락하는 이 놀이.
이 게임은 단순한 술래잡기의 변형형으로, 집중력과 반사신경, 그리고 팀워크를 키우는 놀이였습니다. 원래 이름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랐습니다. 어떤 곳에선 “꽃이 피었습니다”라고도 했고, “달고나 잡기” 같은 놀이로도 이어지기도 했죠.
놀이는 간단하지만, 질서와 규칙을 지키는 태도, 인내심, 타이밍 감각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교육적 놀이이기도 했습니다.
2. 달고나 뽑기 (설탕 위의 긴장)
드라마 두 번째 게임으로 등장한 달고나 뽑기는, 많은 80~90년대생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동네 문방구 앞에서 100원, 200원을 내고 도전했던 그 시절. 달고나 안에 별, 우산, 하트, 동그라미 같은 모양이 새겨져 있고, 이를 바늘이나 이쑤시개로 부서지지 않게 조심조심 떼어내야 성공하는 놀이죠.
달고나는 사실 **전통놀이로 분류되기엔 비교적 최근(1950~60년대 이후)**에 등장했지만, 한국인의 손재주, 집중력, 승부욕을 자극하는 놀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요즘은 이 놀이가 해외에서도 ‘K-달고나’로 불리며 체험 콘텐츠로 인기입니다.
3. 줄다리기 (힘과 팀워크의 상징)
〈오징어게임〉에서는 고층에서 벌어진 목숨 건 줄다리기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줄다리기는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민속놀이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정월 대보름이나 풍년을 기원할 때 마을 단위로 진행되는 큰 행사이기도 했죠.
재미있는 건, 한국의 줄다리기는 단순히 힘싸움이 아니라 각 마을의 상징성과 결속력을 보여주는 전통 의식이었다는 점입니다. 줄은 볏짚이나 삼으로 만들었고, 줄다리기를 통해 마을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 있었죠.
줄다리기에서 중요한 건 단순한 힘보다 호흡과 전략, 팀워크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그 정신이 잘 드러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구슬치기 (가장 인간적인 게임)
드라마 속에서 가장 감정적인 회차였던 구슬치기 게임. 두 사람이 짝을 이뤄 서로의 구슬을 빼앗아야 하는 구조였고, 그 과정에서 우정과 배신, 희생이 드러났죠.
구슬치기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즐겨온 놀이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작은 유리구슬이나 철구슬을 손가락으로 튕겨 목표물을 맞히거나 구슬을 따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놀이의 재미는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상대의 심리를 읽는 능력, 전략적 판단에 있었습니다. 〈오징어게임〉에서는 그것이 인간성의 드라마로 확장되며 더 깊은 여운을 남겼죠.
5. 오징어 게임 (이름의 주인공)
드라마 제목이자 마지막 게임이었던 오징어 게임은 사실 지금의 30~50대가 어릴 적에 자주 했던 놀이입니다. 이름은 놀이판이 오징어 모양처럼 생겨서 붙은 것으로, 크게 ‘공격’과 ‘수비’ 두 팀으로 나뉘어 땅따먹기 형태로 진행됩니다.
공격팀은 오징어 모양의 몸통에서 시작해 꼬리와 다리를 통과해 점령지로 가야 하고, 수비팀은 이를 막아야 합니다. 손을 쓸 수 없고, 한쪽 다리로 뛰는 등 제한된 움직임 속에서 전략과 체력이 동시에 필요한 놀이였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어릴 적 가장 역동적이고 진지하게 임했던 놀이로 기억됩니다. 드라마에서는 이 순수한 놀이가 마지막 생존 게임으로 재해석되어,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현실의 잔혹함이 교차되는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냈죠.
마치며
〈오징어게임〉은 단순한 생존 게임 드라마를 넘어, 우리가 잊고 있던 한국의 전통놀이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극의 설정은 과장되었지만, 놀이 하나하나에는 한국인의 문화와 가치,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죠.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쟁이 아닌, 다시 그 순수했던 놀이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여름, 가족이나 친구들과 전통놀이를 한 번 체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 어른들에게는 깊은 추억이 될 수 있을 거예요.